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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과 교수들의 추천교재 2

한국영화를 가르치는 데 마땅한 교재가 없음을 토로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몇 년간 영화서적들이 봇물 쏟아지듯 출간됐다.

최근 몇 년간 영화서적들이 봇물 쏟아지듯 출간됐다. 대학에서 영화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들에게 당신이 가장 추천하고 싶은 영화교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영화 교과서의 원전이라 할 <영화예술>의 데이비드 보드웰부터 왕성한 저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프랑스 학자 자크 오몽, 한국영화의 거목 임권택에 관한 저서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은 넓다. 과거의 영화서적 추천 리스트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한국영화사를 조명하는 책이 현저히 많아졌다는 것.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에 대한 다시 보기와 발굴작업이 활발히 이뤄졌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한국영화를 가르치는 데 마땅한 교재가 없음을 토로하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환경이다. 당신은 이 리스트에 또 어떤 책을 보태고 싶은가?

일본영화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접근
정수완의 <일본영화 다시 보기>(데이비드 데서, 아서 놀레티 | 시공사)

꽤 많은 일본영화 관련서적들이 있지만 <일본영화 다시 보기>는 그 넓이와 깊이에서 단연 돋보인다. 일본영화를 향한 서구학계 최초의 선구적 저작이라 할 수 있는 도널드 리치의 <일본영화>가 1959년에 나왔다면, 1992년에 출간된(국내에서는 2001년) 데이비드 데서와 아서 놀레티의 <일본영화 다시 보기>는 이후의 성과를 엮었다. <일본영화>가 아직 국내에 출판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소중하다. ‘오시마 나기사 또는 일그러진 욕망의 에너지’ ‘오즈의 후기 영화에 나타난 내러티브 전략들’ 같은 거장들의 세계에 대한 챕터부터 ‘사무라이 영화’ ‘야쿠자 영화: 입문’ 등 장르적인 세계에 이르기까지 작가주의, 장르, 역사라는 세 부분으로 나눠 일본영화를 감독, 영화미학, 영화사의 모든 분야에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번역에 참여하기도 했던, 그래서 “다시 보니 좀 더 충실히 번역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밝히는 동국대 영화학과 정수완 교수는 “개론서로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일본영화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기본 지식을 얻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며 “사무라이나 야쿠자 등 일본 고유의 장르에 대한 이해, 일본 초기 영화사를 통해 일본 특유의 영화미학 성립과정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더불어 정수완 교수는 “깊이가 좀 떨어지긴 하지만, 고전부터 최근 우리에게도 친숙한 일본 현대영화까지 영화와 일본사회, 문학을 관통하며 일본영화를 읽고 있는” 게이코 맥도널드의 (2006)도 함께 교재로 쓰고 있다. 주성철 기자

대가가 쓴 입문서
남인영의 <다큐멘터리 입문>(빌 니콜스 | 한울(한울아카데미))

대부분이 영화를 좋아하는 시대다. 그러나 영화를 좋아하는 그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든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카테고리 안에서도 장르별로 명암이 갈리는 게 현실이다. 다큐멘터리는 그중 '암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장르다. 서러움과 불만을 토로하는 여러 장르들도 다큐멘터리 앞에서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영화가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받는 등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국내의 경우 <우리학교>의 4만여 명 최다관객동원이 최근 가장 큰 뉴스였을 정도. 수요가 적으면 공급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경제논리는 여기서도 통한다.

10년째 ‘다큐멘터리 제작’을 강의하고 있는 동서대학교 영상매스컴학부 영화전공 남인영 교수는 “다큐멘터리는 영화사 수업에서도 다뤄지는 양이 적고, 과목 자체도 보통 1학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 어떤 장르보다 철학적, 정치적, 도덕적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장르임에도 고민할 기회 자체가 적은 것이다. 게다가 그 고민들에 쉽게 동참할 수 있게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다니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혹은 영화이론의 대가 빌 니콜스가 쓰고 2005년에 국내 번역 출간된 <다큐멘터리 입문>은 그런 점에서 한줄기 빛과 같은 교재다. “훌륭하지만 어렵기도 했던 빌 니콜스가 대학교 1~2학년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쓴 것이기에 목차만 읽어봐도 주제를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라고 남 교수는 말한다. 민감한 주제들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그의 책은 ‘무언가를 찍거나 보는’ 모든 이에게 훌륭한 입문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성원 기자

이미지를 본다는 것의 의미
심영섭의 <비주얼 컬처>(존 A. 워커 외 | 루비박스)

영화는 이야기이기에 앞서 이미지다. 따라서 영화공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미지의 시각적 응시와 시선에 대한 연구다. <비주얼 컬처>는 최근 미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영상시각 문화의 이해를 돕는 몇 안 되는 입문서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 대상으로는 회화에서 광고, 패션, 영화, 사진, 가상현실 등 문화 전반에 걸친 시각언어들을 다루고 있다. 이미지의 분배, 유통, 교환을 다루는 방식은 마르크시즘에 기대고 있다. 부산외대 영상문화학과 교수를 역임했던 대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심영섭 교수는 “존 버거의 <본다는 것>과 함께 여러 가지 개념과 이론이 잘 정리돼 있어, 시각언어를 다루는 영화, 영상 문화학, 기호학 등의 수업에 교재로 활용 가능하다”고 말한다. 특히 이 분야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용어들이 키워드별로 정리돼 있어 입문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그러나 시각문화에 관한 기존 경계를 허무는 지점과 방대한 정보라는 면에선 뛰어나지만 용어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면들을 건드리기 때문에 논지는 다소 산만한 편이다. 심영섭 교수는 “궁금한 개념과 이론가들의 기본적인 내용은 이 책을 통해 이해한 다음, 더욱 깊게 찾는 공부를 하는 징검다리처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영화뿐 아니라 미학, 언어학, 사회학 등 다양한 범위의 상호학제 간 연구방법을 소개하는 <비주얼 컬처>는 사전처럼 곁에 두고 공부하면 좋은 책이다. 김교석 기자

낯설게 본 한국영화
주진숙의 <한국영화라는 낯선 경계>(김선아 | 커뮤니케이션북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다시 생각해보면 모호함을 주는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현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화이론 전공 겸임교수인 김선아가 2005년에 쓴 박사과정 논문을 책으로 출간한 <한국영화라는 낯선 경계>는 ‘코리안 뉴 웨이브 담론’ ‘시간’ ‘공간’ ‘트랜스 내셔널 시대의 세계영화/한국영화’ 등으로 나뉜 4개의 챕터를 통해 한국영화의 전환기와 함께 세계 속에서 갖는 한국영화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애초에 한국영화를 기존에 소통되던 방식과는 다른 추이에서, 좀 더 멀리서 바라보려는 의도로 쓰였다는 점은 신선함과 동시에 논쟁을 예감케 한다.

다시 말해 뉴 웨이브한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영화 뉴 웨이브에 대한 내용인 것이다. 한국영화가 1996년을 기점으로 ‘코리안 뉴 웨이브’와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나뉘어졌다고 보는 저자는 문화정치학적 분석을 통해 선정된 주요작들이 가지는 사회적 맥락을 이끌어낸다. 저자의 지도교수이기도 했던 중앙대학교 미디어공연영상대학 영화학과 주진숙 교수는 “정식 교재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교환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 속의 한국학’ 같은 과목에서 자주 인용하면서 논의의 한 예로 소개하기도 한다”며 “3~4학년 학부생들에게도 토론 의제를 던져주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한국영화라는 낯선 경계>는 제목처럼 익숙한 한국영화들을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결론보다는 다시 한 번 질문을 하게 만드는 현재진행형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문성원 기자

내부자의 관점으로 본 중국영화
김영진의 <무중풍경>(다이진화 | 산지니)

역사적으로 국내에서 개봉한 대부분의 중국영화가 홍콩영화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 중국영화사에 관한 책들이 국내에 꽤 많이 출판돼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다. 그만큼 중국영화는 그 개방과 근대화의 속도에 발맞춰 더더욱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이진화의 <무중풍경>은 1978년 문화대혁명으로 시작해 개혁과 개방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1998년 글로벌리즘에 처하게 된 때를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소위 4, 5, 6세대의 영화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데, 그 핵심은 다이진화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이야기’로 서술하고 있다는 데 있다.

명지대 문화예술학부 김영진 교수는 “중국 현대영화의 역사를 내부에서 서술한 것으로, 늘 서구의 시선을 거친 우회를 통해 중국영화를 들여다본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며 “4세대, 5세대, 6세대를 거치며 서구에 수용된 중국영화진영의 내부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풍부한 정보를 주는 것은 물론, 저자 다이진화의 뛰어난 통찰로 파고들어가는 영화 내외부의 맥락에 대한 해석이 우렁찬 문체로 전개된다”고 상찬한다. 그것은 또한 현재 한국영화사를 연구하고 서술하고 있는 국내 학자들도 공감할 만한 문제다. 더불어 김영진 교수는 “당당하고 호방한 다이진화의 글쓰기 스타일도 상당히 매력적인데, 번역자들의 재능 덕분에 훼손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서구 번역서의 문장투에 익숙한 눈을 씻어주는 쾌감도 준다”고 덧붙인다. 주성철 기자

아시아영화의 정체성을 찾아
김소영의 <트랜스 : 아시아 영상문화> (김소영 | 현실문화연구)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는 5년간 편저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김소영 교수가 동료들과 함께 꾸준히 쌓아온 결과물들의 집대성이다. ‘트랜스(trans)’는 세계화 시대의 초국적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더 적확하게 말하자면 ‘존재의 다른 상태로의 전이’를 의미한다. 한권의 책으로 엮이기 전부터 책에 실린 일부 글들과 토픽들은 김소영 교수의 아시아 영화사 연구 수업에서 다뤄지던 것들이다. 그는 “한류와 같은 아시아와 미국, 유럽에서 탈서구중심적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들을 소개하고, 또 트랜스 아시아 영화라는 틀을 개념화함으로써 지금까지 내셔널 시네마와 월드 시네마라는 틀 속에서는 전혀 논의될 수 없었던, 지역 내의 흐름과 초국적 흐름, 매체의 다변화 등을 다루고 있다” 고 말한다.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는 세 챕터로 나뉜다. 1장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는 여러 흐름을 개념화하고 대중문화 연구로 끌어올리는 단계다. 2장 ‘트랜스 아시아 시네마’는 동아시아의 내셔널 시네마와 글로벌한 흐름을 보이는 트랜스 아시아 시네마를 개념화한다. 3장 ‘동아시아 내셔널 시네마의 새로운 토픽들’은 어떻게 아시아영화들이 민족국가를 넘어선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며 글로벌한 세계질서의 충격을 재현하고, 동시에 과거 식민주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지를 고민한다.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는 단순 교재가 아니다. 대중문화를 통한 아시아의 정체성 및 아시아 공동체의 담론 형성을 모색하는 현재진행형 연구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이 게시물은 서울필름스쿨님에 의해 2015-05-13 19:33:24 자료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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