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날 병원가는 관계로 같이 연습을 할수 없어서 책에 있는 독백 대사를 적어놓을게요

맞는 부분부터 연습하시면 될꺼에요

니나 : 저도 가끔 당신의 처지가 돼 봤으면 좋겠어요.

트리고린 : 그건 왜죠?

니나 : 유명하고 훌륭한 작가가 어떠한 사람들인지 알고 싶기 때문이에요. 유명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요. 자기 자신이 유명하다는 걸 어떻게 생각하시죠?

트리고린 : 어떠냐고요? 글쎄요. 별로 아무렇지도 않겠죠. 그런 건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잠깐 생각하더니) 아마도 두 가지 중에 하나겠군요. 당신이 나의 명성을 과장해서 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명성이라는게 그리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거나.

니나 :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신문에 난 것을 볼 때는요?

트리고린 : 호평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혹평을 들으면 한 이틀 기분이 나쁜 정도죠.

니나 : 멋진 세계로군요. 그런 세계를 제가 얼마나 부러워하고 있는지 모르시죠! 사람의 운명이란 정말 제각각이에요. 지루하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삶을 겨우겨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당신처럼 백만 명에 한 명 꼴로 재미있고, 화려하고, 의욕에 가득 찬 생활을 보내는 운명인 사람도 있어요.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에요.

트리고린 : 제가요? (어깨를 움츠리며) 음.... 당신은 명성이니 행복이니, 그 어떤 밝은 화려함이니 하고 말씀하시죠. 하지만 저에겐 그런 말이, 내가 싫어할 뿐만 아니라 먹어 본 적도 없는 마멀레이드 (오렌지 또는 레몬의 잼) 와 마찬가지죠. 그건 그렇고 당신은 매우 젊고 상냥한 사람이에요.

니나 : 당신의 생활은 정말 멋있어요!

트리고린 : 생각보다 별로 좋을 것도 없을걸요. (시계를 꺼내본다) 난 이제부터 글을 써야 해요. 용서해요, 시간이 없어서 .... (웃는다) 그런데 당신은 말이에요, 세상에서 흔히 말하듯 '남의 아픈 곳' 을 밟았어요. 그래서 솔직히 울화도 치밀어요. 좋아요, 우리 잠깐 더 얘기를 나눌까요? 당신이 상상하는 그 뭔가 나의 멋있고 훌륭한 생활에 대해서 말이에요. 그런데 뭐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잠시 생각하고 나서) 제겐 강박 관념이라는게 있죠. 밤이나 낮이나 한 가지 생각이 집요하게 달라 붙어서 떠나지 않아요. 그것은 글을 써야 한다, 써야만 해 하는 생각이에요. 겨우 소설을 하나 완성했다 싶으면 왜 그런지 금세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 하고, 그리고 그런 것이 세 번, 네 번 이런 식이죠. 마치 역마차처럼 항상 바삐 쓰기만 할 뿐 다른 재주는 없어요. 그 어느 점이 멋있고 화려한지 당신에게 묻고 싶군요. 한마디로 정말 거친 생활이죠. 그 예료, 지금 당신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쓰다 만 소설이 저쪽에서 절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죠. 저기 하늘에 그랜드피아노 같은 모양의 구름이 보이죠? 전 그걸 소설의 어느 대목에 써야지 하고 생각하죠. 그랜드피아노처럼 생긴 구름이 떠 있었다고 말이에요. 헬리오트로프의 향기가 날 땐 또 재빨리 머릿속에다 저장해 두죠. 달콤한 향기, 과일의 색깔, 이건 여름 저녁 묘사에 쓰자, 뭐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또 지금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내용을 모조리 잡아서 자신의 서랍 속에 집어넣죠. 언젠가는 쓰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한바탕 일이 끝나고 나면 연극을 보러 가거나 낚시질을 하러 달려갑니다. 거기서 한숨 돌리고 지친 머리를 식힐 수 있을 것 같나요? 천만에, 그렇게는 안 돼요. 머릿속에는 이미 새로운 주제라는 무거운 쇳덩어리가 굴러다니며 빨리 책상으로 돌아가라고 아우성이죠. 그래서 또다시 부리나케 써 대죠. 언제나 이런 식으로 스스로 자기 몸을 몰아 세워 마음 편할 때가 없어요. 자기 생명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듯한 기분이죠. 누군지 모를 막연한 상대에게 꿀을 주려고 나는 자신의 가장 좋은 꽃 중에서 꽃가루를 긁어모으고, 소중한 꽃을 잡아뜯고, 그 뿌리를 밟아 죽이고 있는 거나 같습니다. 그러고도 옳은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가까운 사람들이나 친지들이 과연 나를 정당하게 평가해 주고 있을까요? '지금 무엇을 쓰고 계십니까?' , '이번에는 어떤 것입니까?' 그들이 묻는 건 모두 이런 똑같은 이야기뿐이죠. 그래서 난 친지들의 그러한 주목과 찬사와 환희의 눈물이 전부 거짓투성이, 모두 어울려서 나를 병자 취급하여 적당한 위로의 말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에요. 정신 차리지 않다가는 누군가 뒤로 살그머니 다가와서 나를 잡아 포프리시친 (고골리의 <광인 일기>의 주인공) 처럼 정신 병원에 처넣지 않을까 하고 무서워질 때도 있어요. 그럼 내가 겨우 무언가 쓰기 시작한 시절, 아직 젊고 생기에 넘쳐 있던 시절에는 어떠했을까요? 그때 역시 나의 창작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죠. 신출내기 작가라는 건 특히 불우한 사내가 그렇습니다만, 자기 스스로도 얼빠지고 모양 없는, 한 마디로 쓸모없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죠.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정신없이 그냥 문학과 미술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의를 맴돌죠. 누구 하나 인정해주는 사람도 없고, 눈에도 띄지 않고, 더구나 이쪽에서는 상대방의 눈을 바로 쳐다볼 용기도 없지요. 말하자면 돈 한푼도 없는 노름꾼과 같은 꼴이에요. 난 내 글을 읽는 독자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어쩐지 무뚝뚝하고 의심 많은 사람들일 거라 생각되더군요. 세상이라는 게 무서웠어요. 마치 무서운 괴물과 같은 생각이 들었죠. 나의 작품이 상연되기라도 하는 때는 늘, '검은 머리 한 사람은 내 작품에 적의를 품고 있다, 밝은 머리색을 가진 사람은 냉담한 사람이다' 이런 식의 생각이 들었죠. 생각만 해도 오싹해져요.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니나 : 잠깐만요! 하지만 감흥이 일어났을 때나 창작의 붓이 매끄럽게 잘 나가고 있을 때는 숭고한 행복의 순간을 맛보지 않나요?

트리고린 : 그야 그렇죠. 쓰고 있는 동안은 유쾌합니다. 교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죠. 하지만... 막상 책이 되어 나오면 참을 수가 없어요. '이건 잘못 되었어, 실패야' 차라리 쓰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싱숭생숭하고 우울해져요. (웃는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읽고 나서, '잘 썼지만 톨스토이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 느니 '제법이야, 그러나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이 더 좋군' 이라는 말들을 하죠. 그렇게 되어 결국은 무덤 속에 들어갈 때까지 자나깨나 '잘 썼어, 재주는 있어'의 연속일 뿐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죠. 그리고 막상 내가 죽어 버리면 나를 알고 있던 사람들이 무덤 곁을 지나다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여기 트리고린이 잠들어 있다. 좋은 작가였으나 투르게네프만은 못했다.'

니나 : 하지만 전 그런 말씀에 수긍할 수가 없군요. 당신은 이미 성공하셨어요.

트리고린 : 어떤 성공 말인가요? 난 한번도 스스로의 작품에 만족한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곤란한 것은 머리속이 흐리멍텅해서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난 이 물이 좋아요. 술과 하늘도 좋아하죠. 난 자연을 마음속 깊이 느낍니다. 그것은 나의 정열을, 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난 단순한 풍경 화가일 뿐 아니라 사회인이기도 하죠. 조국을, 그리고 민중을 사랑합니다. 나는 내가 작가라면 마땅히 민중의 고뇌와 장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과학과 인간의 권리와 그 밖의 여러 가지 것에서 대해서도 이야기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든 다 써보려고 덤비죠. 하지만 나는 사방에서 이런저런 험담을 듣습니다. 그렇게 마치 사냥개한테 쫓기는 여우와 다름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동안에 어느새 인생과 과학은 앞으로 앞으로 전진해 가고, 나는 열차 시간을 놓친 농부처럼 삽시간에 뒤로 처집니다. 그래서 결국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자연 묘사뿐이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전부 가짜다, 골수까지 가짜다, 이렇게 생각해 버리죠.

니나 : 당신은 과로 때문에 자신의 가치를 의식할 틈도, 생각할 시간도 없으시군요. 설사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당신은 모두에게 있어 위대하고 훌륭한 분이에요. 만약에 내가 당신 같은 작가라면 자신의 전 생명을 민중에게 바칠 거에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민중의 행복은 자신의 행복과 비례한다고 생각할 거에요. 민중은 나를 축제의 마차에 태워서 끌고 다닐 거에요.

트리고린 : 오, 축제의 마차라... 아가멤논인가, 내가! (두 사람이 미소짓는다)

니나 : 여류 작가니 여배우니 하는 그런 행복한 신분이 될 수 있다면 난 주위 사람들의 미움을 받건, 가난하건, 환멸을 느끼건, 굳세게 참고 견디겠어요. 지붕 밑 다락방에 살고 검정 빵만 먹으며 자신에 대한 불만이나 미숙함을 의식하고 고민해도 좋아요. 그 대신 나는 요구할 거에요, 진정한 명성을.... 떠나갈 듯이 요란한 명성을.....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어지러워 ....

후~~ 다 쓰느라고 힘들었다 ㅠㅠㅠ

소현누나 프린트 해서 쓰는게 편하실 거에요 ^^

그리고 효정샘 !! 이것좀 보시고 어떻게 안될까요? ㅋㅋㅋ 일단 하는데 까지는 해보겠지만.. 제 대사가 마치 독백 3~4개 분량이네요 ㅋ

그럼 덧글 기다리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