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 미안해 잘못했어 내가 비겁했어.
해영: 미안해 하나에서 말 좀 하나 늘었네. 오면서 생각했나보지?
도경: 미안해.
해영: 미안해? 그말 죽여버리고 싶게 싫다.
도경: 어디 좀 들어가서 얘기하자.
해영: 왜 창피하니? 내 몰골이 이래서 창피해? 거울 속에 나를 보고 있으면 어쩜 이렇게 바보같이 생겼을까.
딱 이런 꼴 당할 만 하게 허름하게 생긴 거 같아서, 딴 사람이고 싶어서, 딴 얼굴이고 싶어서, 그래서 마구잡이 로 칠했어. 그럼 좀 나아질까 하고. 근데 미안해? 그냥 미안해?
도경: 많이 미안해.
해영: 뭐가 미안한데. 얼마나 어떻게 미안한데?
도경: 가자, 가서 얘기하자.
해영: 왜 진작 말 안했어? 오해영 사랑해서 오해영 결혼 깨려고 했는데 내 결혼이 깨진거라고 왜 진작 말 안했어?
도경: 말하고 싶었어. 근데 힘들어 하는 너한테 또 폭탄 던질 수 없었어. 고등학교 내내 오해영이랑 비교당하면서 살아왔다고. 난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데 똑같은 이름 가진 걔는 어떻게 살고 있나. 그런 너한테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어.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같아 말 못했어.
해영: 상처는 뭐가 상처인줄 알아? 네가 얼마전까지만해도 오해영을 사랑해서 그 계집애 결혼을 깨고 싶어했다는거. 네가 던진 돌에 그 계집애 대신 내가 맞아 피 철철 흘리는 동안에도 넌 걔를 생각했다는거, 난 그것도 모르고 바보처럼 들이대고. 내가 너 좋다고 했을 때 그때 다 말했어야 했어. 다 까발리고 정뚝떨어지게 했어야 했어. 왜 왜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 왜?
도경: 미안해서 미안하다는데 뭐 어떻게 하라고,. 진짜 미안한데 진짜 진짜 엄청 미안한데 뭐 어떻게 말하라고. 남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말하냐. 뭘 어떻게 해야 정답이냐. 가르쳐줘라 좀. ...미안해 진짜 미안해...
해영: 빌어. 무릎 꿇고 빌어.
도경:(도경 뒤돌아 떠난다)
해영:빌라고! 와서 빌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