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데코 이모부가 얼마나 그악스런 사람인지 넌 몰라. 내가 어디로 도망가든 끝까지 쫓아올 거야 그리고 난...쭉 이 모양으로 살아왔잖아 이대로도 괜찮을 것 같아.... 너만 같이 있어준다면 (조금 부끄러워하며) 같이 걷고 이야기해주고 이렇게 손발도 만져주고....

​

탐색하듯 숙희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히데코. 입술 깨무는 숙희, 맘을 애써 독하게 먹는다.

​

숙희 아가씨는 운이 좋으세요 아가씨를 사랑하는 남자가 아가씨를 지켜줄 힘까지 가졌잖아요.... 그런 일은 흔치 않아요.

히데코 (이해를 바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하지만 난....모르겠어, 내가 그분을 사랑하는지....

숙희 (결단을 내리듯) ....사랑하세요.

​

벌떡 일어나 앉는 히데코, 약이 오르는 모양이다.

​

히데코 네가 어떻게 알아?

숙희 (자신 없이) 요사이 말도 없어지시고....멍하니 창밖을 내다보시고. ...지다가도 돌아누워 한숨 쉬시고.... 발톱도....

히데코 그게, 내가 그 분을 사랑한다는 뜻이야?

숙희 네.

히데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니라도...내가 사랑이 아니라고 해도. ...그 분이 아니라....딴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도.... (뜨끔하는 숙희) 넌 내가 그 분하고 결혼했으면 좋겠어?

​

쉽게 입을 떼지 못하는 숙희. 대답을 재촉하듯 숙희를 바라보는 히데코의 눈에 물기가 차오른다.

​

숙희 네.... (확신하는 척)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

찰싹. 숙희 뺨을 때리는 히데코. 깜짝 놀라 보는 숙희. 찰싹, 찰싹, 찰싹. 히데코 눈에서 눈물이 쑥 밀려나온다. 성난 눈, 꽉 다문 입, 딴 사람 같다. 벌떡 일어나는 히데코, 어리둥절한 숙희를 강제로 일으키더니 다짜고짜 밀어붙인다. 방을 가로질러 밀어대는 히데코, 벽장 같은 숙희의 방으로 집어넣고 문을 쾅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