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재 : 저거 제가 심은 나무예요. 여기 저희 아버지가 쓰던 작업실이에요. 유일한 유산이라고 해야 되나? 저 자리에 정말 오래된 나무가 있었는데, 저 어릴 때 그 큰 나무가 벼락을 맞고 쓰러졌어요.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가 웃는 걸 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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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 어디가 웃는 포인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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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재 : 아버지도 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게 기뻤어요. 그래서 그 나무 뽑은 자리에 제가 다시 심은 건데, 또 이렇게 됐다는 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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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 그럼 나무를 잘 못 심은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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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재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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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 저거 옻나무잖아요. 옻나무는 다른 나무들처럼 수령이 오래될수록 근사해지는 나무가 아니에요. 가지도 성겨지고 말라서 빈약하게 늙어버려요. 그런 모습 보이기 전에 저렇게 쓰러져 버리는 게 나을지도. 그런데 그 수액으로는 또 정말 아름다운 예술품을 남기니까 재밌는 나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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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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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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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재 : 화를 안 내실 땐 이런 목소리구나. 목소리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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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 저 이만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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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재 : 저.. 아까 고마웠습니다. 평론가들 얘기 신경 쓸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괜히 센 척했나 봐요. 작가님이 아까 해주신 말 들으니까 좋더라고요. 내 편 들어준 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