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재 : (자신이 조각한 작품을 던져버린다.)
정희주 : 너 난장 치는 거 보라고 부른 거니?
서우재 : 사람들이 원하는 걸 모르겠어. 가짜 같아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너무.. (다른 조각도 던져버린다.)
정희주 : ..
서우재 : 가지 마요. 나 노력하잖아. 그냥 내가 좀 짜증 내도 좀 참아주면 안 돼요?
정희주 : 서우재 작가님 잘들어요. 대답 안 하면 계속 오해할 것 같아서 말해 주려고 일부러 온 거예요. 서작가와 난 프로젝트가 끝나면 두 번 다시 볼일 없는 동료, 작가, 그뿐이에요. 이제 내 대답 확실히 들었지?
서우재 : 만년필 꺼내 희주에게 보이며.) 누나가 선물로 준 건데. 다 챙겨갔으면서 이건 놓고 갔더라?
정희주 : ..
서우재 : 다시 잘 해 볼 기회도 안 주고, 그렇게 가 버리면 안 되는 거잖아. 이번엔 내가 더 잘할게. 기회를 줘요.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해요? 결혼이란 거 망가지면 수리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했잖아. 돌아와요, 나한테. 그때처럼 날 사랑해줘. 다시 버려도 되니까 버려지는 건 내 몫이고, 그 쓸쓸함은 내가 감당할 테니까 지금은 나 좀 사랑해 줘. (희주 끌어안으며) 이번엔 도망가게 내버려 두지 않아. 내가 빼앗긴 것들 다 찾아올 거야.
정희주 : 우재야. 우재야? 맞아. 널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어. 최선을 다해 사랑했어. 가족을 외면하고, 속일 만큼 그런 내가 끔찍할 만큼. 하지만 이제 끝난 관계야. 지겨워했잖아. 서로 바닥을 봤잖아. 이미 끝난 관계에 노력하지 마. 미련갖지 마. 언제까지 과거에 연연할 거야? 지금 네 옆에 있는 사람한테 최선을 다해, 응? 제발.
서우재 : 멋대로 끝낸 건 누나지 난 아니야. 난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