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석 : (가라앉은) 우리 그만 하자.

​

채현 : …

​

경석 : 이제 안 올게.

​

채현 : 왜.

​

경석 : 힘들어.

​

채현 : 나도 힘든데.

​

경석 : 알아.

​

채현 : 그런 말 쉽게 하는 거 아니야.

​

경석 : 쉽게 하는 거 아니야.

​

채현 : 들어갈래?

​

경석 : 아니 집에 갈래.

​

채현 : …

​

경석 : 갈게(가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다가). 너, 오늘. 일부러 그런 거 아냐?

​

채현 : (안타까운 듯) 아니라니까! 상호 오빠가 애를 잠깐 잃어버려서…

​

경석 : (자르며) 알았어.

​

채현 : 어쨌거나 들어가서 얘기…

​

경석 : 더 이상 할 얘기 없어.

​

채현 : …

​

경석 : 왜 니가 상호 씨 애를 찾아줘야 돼?

​

채현 : (사정하듯) 얘기했잖아. 걔가 어디 숨어서 노는지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구…

​

경석 : (칼처럼) 그걸 왜 너밖에 몰라? 이상하네 진짜.

​

채현 : 영호가 외로운 아이라서…

​

경석 : 남의 집 자식이 외롭건 말건. 영호가 니 애야? 니가 상호 마누라라두 되냐구?

​

채현 : 너 좀 심하다.

​

경석 : 좋아, 다 좋다 쳐. 상호 씨 앨 니가, 꼭, 니가, 찾아줘야만 했었다는 거지! 내가 그거 다 이해 한다구 쳐. 근데! 근데! 왜 하필 오늘이냐구.

​

채현 : ….

​

경석 : 전화는 왜 안 했어?

​

채현 : 미안해… 영호 땜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어선가 잃어버렸어.

​

경석 : 빌려서라두 했어야지! 우리 누나가 걱정하는 건 아무렇지두 않아?

​

채현 : 그렇게 늦을 줄 몰랐다니까… 정신이 빠져서…

​

경석 : 우리 누나가 그렇게 쉬워 보여?

​

채현 : 왜 그래. 그런 거 아니야.

​

경석 : 넌! 넌, 날 좋아하는 게 아냐. 좋아하는 사람한테 그렇게 무심할 리가 없어.

​

채현 : 잘못했어. (억지로 애교 부리며) 이번만 좀 너그럽게 봐 주면 안돼요?(경석의 상처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려하며) 미안해. 내가 좀 욱 하잖아.

​

경석 : 넌 아무한테나, 너무 친절해. 누가 지나가는 사람이고 누가 정말 중요한 사람인지.

​

채현 : (조용하게 고개를 떨군 채) 사람은 누구나 중요하잖아. 지나가는 사람이든 아니든…

​

경석 : 외로워. 나 니 옆에 있으면 너무 외로워. 그냥 혼자 있을래.

​

채현 : (놀라고 슬픈 표정) …

​

경석 : 왜 전 남자친구가 널 떠났는지 알거 같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