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준 : 어쩐 일이야? 바쁠 시간 아니야? 뭐 마실래? 뭐 좀 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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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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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준 : 아 맞다. 어제 혼인 신고는 했니? 대출받으려면 서둘러야 할 건데. 우리 계약기간 얼마 안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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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 : 실은 그것 때문에 보자고 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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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준 : 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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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 : 우리 혼인신고.. 조금만 미루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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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준 :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무슨 뜻이야 이거? 혼인신고 미루자니? 왜? 뭣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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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 : 혼란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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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준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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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 : 솔직히 나는 오빠랑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거든? 근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툭하면 서로 싸우고 화내고. 요즘 오빤 내가 결혼하기 전에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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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준 : 네가 알던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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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 : 어른스러운 사람. 똑똑한데 잘난 척하지 않고 자상하고 친절하고 무엇보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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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준 : 근데? 지금은 아니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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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 : 아무런 대책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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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준 : 너 설마 전세자금 대출받는 것 때문에 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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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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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준 : 맞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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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 : 오빠 말대로 혼인신고하고 전세 자금 대출받는다고 쳐. 그다음엔 어떻게 할 건데? 오빠랑 나랑 대출받는 거 갚는 동안 집값은 또 뛸 거고 그럼 우린 또 대출받아서 전세 얻어야 될 텐데 계속 그렇게 살아야 되는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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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준 : 너랑 나랑 젊은데 뭐가 걱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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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 : 우리가 언제까지 젊을 것 같아? 전세자금 대출 갚는데 10년, 운이 좋아서 청약이라도 당첨되면 그거 다달이 부어서 우리 거 만드는 데까지 어림잡아 20년.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정년퇴직 얘기 나올 거고, 무엇보다 나는 그 나이 먹을 때까지 월급쟁이로 살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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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준 : 다들 그러고 사는 거야 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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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 : 우린 좀 다를 줄 알았지. 그렇게 어렵게 결혼했는데 조금은 달라야 되는 거잖아. 최소한 안정적 이기라도 하든가. 뭐가 이렇게 불안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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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준 : 넌 대체 결혼을 뭐라고 생각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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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유진 : 모르겠어 나도. 그러니까 그거 알 때까지 당분간 혼인 신고는 보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