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국 : 그때 내가 네 속내를 몰랐겠니. TK를 다 먹겠다고 아등바등 올라오겠구나, 내가 이 호랑이 새끼를 키우게 되겠구나, 내 알았지만.
오수재 : 서로 치부를 물고 있으니 어쩔 수 없으셨겠죠.
최태국 : 아니지, 봐준 거였다. 내 아들놈이 하룻밤 잘 못 놀아서 생긴 아이를 내세워서 뭔가 해보겠다는 네 속셈 봐준 거였다. 넌 너를 뭐라고 생각하니 수재야. 설마 나랑 같은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는 거니? 치부라니.. 나한텐 치부란 게 없다. 넌 있겠지, 그걸 내가 덮어줬겠지. 힘없고 기댈 곳 없는 너 하나쯤 호랑이 새끼를 살랑대는 개새끼로 길들이면 그쯤 해줬겠지.
오수재 : 그러셨군요. 저를 살랑대는 개새끼로 여기셔서, 그래서 제 이름을 막 쓰신 거군요.
최태국 : (한숨을 쉰다.)
오수재 : (서류 보여주며) 오수재. 제 이름을 왜 쓰셨을까.. 답은 뻔하죠. 문제가 생기면 제가 다 뒤집어쓰도록. 근데 그걸 제가 가져갔으니 한기택을 움직여서라도, 아들을 움직여서라도 찾고 싶으셨겠죠. 세상에 알려지면 모두가 망하는 폭탄 거둬가고 싶으셨겠죠.
최태국 : 뭘 그렇게 빙빙 돌리니. 원하는 걸 말해.
오수재 : 이름값. 그 폭탄에 허락 없이 붙인 제 이름값. 치르세요 회장님.
최태국 : 허락.. 내가 허락을 구해야 되는 상대가 있었나. 그래 뭘 주면 되겠니? 대표 자리는 마다했고, 원하는 게 뭐니?
오수재 : 700억.
최태국 : .. 뭐?
오수재 : 선택하세요 회장님. 공들여 그리시는 큰 그림에 제가 똥칠하는 걸 보실지, 아니면 한수바이오 매각 수수료 700억, 고스란히 넘겨주실지.
최태국 : 똥칠은 하지 않겠다, 대신 이름값을 달라? 이름값이 700억이다? 내가 뭘 믿고? 모두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너를 어떻게 믿고!
오수재 : 전 모두가 망하길 바라지 않아요 회장님. 세 분 모두 흥하시길 바라죠.. 한 회장님은 한수바이오 매각으로 큰돈 만지시고, 이 의원님은 이걸 빽삼아 대통령 되시고 그리고 회장님, 그 두 분 앞세워 다음 행보 마련하셔야죠. 노골적으로 이익을 내세운 인간이 그렇지 않은 인간보다 더 믿음직스럽다.
최태국 : 내가 한 말을 이렇게 써먹는 거니.
오수재 : 전 제 이익을 위해 USB 내용이 절대 새어 나오지 않게 지킬 거고 매각이 마무리되면 회장님 손에 쥐어 드릴 거예요. 그걸 쥐는 순간 회장님은 한 회장님과 장차 대통령이 될 이 의원님의 약점을 틀어쥐게 되시는 거죠. 그걸 원하시는 거잖아요?
최태국 : 복사본이 없다는 믿음을 어떻게 줄 거니?
오수재 : 호의는 호의를 낳죠. 제 이름값 주신다 약속하시면 전 만들지 않아요.
최태국 : 그래, 그 손톱만 한 USB를 내가 700억이나 주고 사게 생긴 건가. 살랑대는 개새끼로 키운 건가 싶었는데 나를 상대로 제대로 장사를 하는구나 수재야.
오수재 : 장사.. 진작했어야 했는데 좀 늦었죠. 그리고 전 한 번도 개새끼였던 적 없어요. 제가 그저 살랑대는 개새끼였다면 진작 내치셨겠죠.
최태국 : 주환이 이혼 좀 빨리 정리해 줘. 700억 챙기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