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주 : 다음엔 나였어요?
신현민 : 뭔 소리야?
오인주 : 화영 언니 그렇게 발견하고 날마다 눈앞에 그 장면을 봤어요. 지금은요 눈앞에 내 모습이 보여요. 회삿돈 횡령하고 목매단 경리 직원들, 양향숙 씨, 화영 언니, 다음엔 내 차례였냐고요!
신현민 : 내가 네가 나 의심해서 뒤 캐고 다닌 건 아는데 틀렸어. 양향숙은 자살이었어. 경찰 부검 결과서 잘 읽어 봐. 그거는 자살이 아닐 수가 없어. 물론 왜 자살했냐고 물어보면 복잡하지. 횡령이라는 건 기업 경영상 수반되는 불가피한 업무 행위인데 누군가 한 사람은 책임을 져야 되는 구조니까. 양향숙 죽은 거 처음 발견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오인주 : 화영 언니?
신현민 : 그리고 나 찾아와서 뭐라 그랬게? 자기가 향숙 언니 하던 일하고 싶다고. 양향숙이 죽고 진화영은 눈을 뜬 거지. 걔가 얼마나 꿀 빠는 일을 했는지. 너희들은 내가 진화영이랑 무슨 불륜 관계라도 되는 줄 아는데 진짜 아니다. 걔는 진짜 내 취향 아니거든? 난 이용만 당한 거야.
오인주 : 왜 신 이사님이 이용당했다는 거예요? 죽은 건 화영 언니인데!
신현민 : 진화영이 아주 포지션을 잘 잡았어. 누가 의심이나 했겠어? 영어 한마디도 못 할거 같은 애가 스위스에서 자기 이름으로 계좌 만들 걸 예상하고 그렇게 치밀하게 준비를 했을 거라고. 15년간 내 밑에서 돈 심부름만 했던 진화영이.
오인주 : 몇 년간 준비했다는 거예요? 영어 공부하고 컴퓨터 학원에 다니고?
신현민 : 나 따라서 마카오, 강원도, 싱가포르 다니면서 증거 모으고, 그리고 딱 맞게 날 찌른 거라고. 나 대신 본인이 스위스 갈 수 있게.
오인주 : 근데 왜 자살한 거예요? 그렇게 700억을 빼돌렸다면.
신현민 : 나도 자살한 줄 알았지. 내가 신고한 줄 알고 양향숙처럼 코너에 몰렸어.
오인주 : 근데 아니라고요?
신현민 : 진화영은 몰랐던 거지. 세상엔 진짜 무서운 게 있다는 거. 누군가 저 위에 있다는 거.
오인주 :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신현민 : 경찰서는 됐고 나 지금 검찰청 갈 거야. 최도일한테 똑똑히 전해. 불법 원정 도박, 외화 밀반출, 불법 환치기, 횡령 혐의, 내가 그거 다 뒤집어쓰고 5년 살고 온다고. 이 이상 건들지 마. 나 혼자 죽는 사람 아니야. 언젠가 이런 날 올 거 같아서 25년 넘게 쓴 비자금 장부 꼭 쥐고 있었어. 건드리면 터트릴 거야. 기자 회견이라도 할 거라고, 알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