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정 : (청심환을 건네며) 한의대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가고시엔 역시 청심환이죠. 다음 주가 임용고시더라고요. 이번엔 꼭 붙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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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은 : (백돌 두 개를 놓으며) 그동안 고마웠어요, 과외해 줘서. 꼭 좋은 의사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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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정 : 우리 이제 안 봐요? 어, 왜요? 아직 과외 해야 돼요. 나 한 번도 못 이겼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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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은 : 선배는.. 내가 이기고 싶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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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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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은 : 먼저 가볼게요. 보충 과외가 있어서요.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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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정 : 과외해서 빌딩 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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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은 : 과외해서 빌딩 못 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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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정 : 알아요. 빌딩은 보통 증여죠. 아니, 어떻게 그동안의 시간들도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안녕을 해요? 동서남북 중에 어딘지만 알려주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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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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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정 : 나 다 알아요. 후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로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는 거. 근데 난 거기가 어딘지 잘 모르겠거든요. 사실은 나도 어디로든 그, 걷고 싶은데 나 되게 길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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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은 : 서울주병원 아들이죠. 어머니가 병원장이고. 그럼 다 온 거 아닌가? 태어나는 순간 ‘이미 목적지에 도착하셨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수도 없이 들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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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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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은 : 아침마다 날씨 채널을 봐요.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의 겨울을 난동이라고 한 대요. 겨울철 짙은 안개는 세밑 한파 뒤 찾아온 난동이 원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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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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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은 : 지들은 따뜻하니까. 밖이 얼마나 추운 줄도 모르고 한갓지고, 그저 해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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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