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오 : 어? 문동은이다.
문동은 : (손명오를 쳐다본다)
손명오 : 맞네. 이야, 이런 우연이 있나? 나 손명오, 기억하지?
문동은 : 기억하지. 되게 오랜만이다.
손명오 : 그니까. (아래 위로 훑어보며) 와.. 어떻게 지냈냐? 뭐 하고 사냐?
문동은 : 초등학교 교사.
손명오 : 어? 진짜?
문동은 : 나 네 생각 많이 했는데.
손명오 : 그래? 구두 사게?
문동은 : 아니, 그냥 신어만 본 거야. (구두 한 짝을 벗는다)
손명오 : 어어어, 벗지 마. 너한테 딱인데 왜. (다시 구두를 신겨주며) 신어 봐. 거울 봐봐.
문동은 : (거울 앞에 가서 선다)
손명오 : 뭐 마실래? 여기 뭐 다 있어. 그거 그냥 신고 와. 여기 내 가게나 다름없는 곳이야. 술, 물, 커피, 뭐 줄까?
문동은 : 커피.
손명오 : (커피를 따르며) 근데 내 생각 뭐 했는데? 설마 너 내가 첫 키스였냐? 아, 그럼 생각 많이 나지.
문동은 : 여기, 정말 너 가게야?
손명오 : 뭐, 비슷해. (커피를 내려놓으며) 여러 일 하거든, 내가. 꽤 바빠, 그래서.
김경란 : 재준이 전화 왔어. 왜 전화 안 받냬? 올 때 세탁소에 맡긴 옷이랑 루이 사료도 사 오래.
손명오 : .. 아, 이 새끼 진짜, 씨.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니까? 전재준, 기억하지?
문동은 : 변한 게 없구나. 아직도 전재준 심부름 중?
손명오 : 야, 씨발, 그런 게 아니라.
문동은 : 세상 참 불공평하다니까? 내가 선생 되고 너가 개 사료 사다 주는 동안 걔네는 부모 잘 만나 골프장도 받고 이런 가게도 하고, 그래서 난 여기 있는 게 진짜 다 네 것이길 바랬네, 잠깐.
손명오 : 병만 주던가 약만 주던가, 씨. 너 다음 말 잘해라. 나 아직 여자도 때려.
문동은 : 나 말고 다른 샌드백은 어때? 그거면 여기 진짜 다 네 거 될 거 같은데.
손명오 : 뭔 개소리야?
문동은 : 내가 최근에 뭘 좀 알게 됐는데 내용이 세서 혼자는 감당이 안 돼서. 이런 얘길 왜 너한테 하냐고? 걔네 밟고 싶은 마음 넌 알 거 같아서.
손명오 : ..
문동은 : 그리고 난 그때도 사실 네가 제일 무서웠거든, 다른 애들보다.
손명오 : 진짜? 뭔데? 내용이 뭐가 센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