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준영 : 어떻게 할 거야?

​

이지안 : 생각 중.

​

도준영 : 뭘 생각해? 그냥 죽어라 도망 다녀야지. 꼭꼭 숨어 살아야지, 별수 있어? 감방 안 가려면. 난 죄 없어. 괜히 너한테 불륜 걸려서 협박당하고 네가 마음대로 박 상무 작업해 놓고 나한테 와서 돈 달라고 한 거고. 난 거절했고. 박동훈 도청도 네 맘대로 한 거잖아. 여기 내 죄가 어디 있니? 불륜은 죄가 아니야. 녹음 파일로 협박할 생각 마. 그거 갖고 와서 돈 달라고 할 생각도 말고. 너한테 복사본 없겠어? 지금도 녹음하니?

​

이지안 : 나도 잡힐 생각 없어. 죽어라 도망 다닐 거야. 그쪽이 박동훈 손에 무사히 잘릴 때까지. 잘리고 나면 나 잡으려고 하지도 않을 텐데, 뭐. 이미 잘려 나간 인간 뭐 하러 또 잡으려고 하겠어? 다 그쪽 잡으려고 한 짓인데. 그래도 만에 하나 잡히면 어디까지 불어야 되나 서로 입은 맞춰야 될 거 같아서.

​

도준영 : 난 너한테 그냥 협박당한 거야​.

​

이지안 : 박동훈 와이프하고의 불륜은 모르는 걸로 하려고. 그냥 대표 이사 재신임에 걸리적거리는 인간들 치우는 작업이었던 걸로만.

​

도준영 : 왜? 박동훈 인생에 흠집 날까 봐? 공개적으로 개망신당할까 봐? 와, 너희들 열렬히 사랑하는구나. 됐다. 그냥 선배 와이프랑 놀아난 더럽고 치사한 놈 되고 말지. 박동훈한테 흠집 하나도 안 나는 건 아니꼬워 못 보겠다. 너 그냥 열심히 도망 다녀야겠다.

​

이지안 : 희한한 게 위기 상황일 땐 가장 숨기고 싶은 내 치부가 가장 센 무기가 돼. 사람 죽인 년이라는 거, 누가 알까 무서워서 사람들이랑 말도 안 섞고 지냈는데 위기에 몰리면 그 말을 내가 먼저 꺼내. 한 번 죽인 년이 두 번은 못 죽일까. 박동훈 건드리는 새끼들은 내가 다 죽여 버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