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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성수기 한국영화 최대 기대작인 <군함도>가 19일 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의 호화 출연진과 전작 <베테랑>으로 ‘천만 감독’이 된 류승완 감독의 조합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군함도>는 순제작비만 220억원으로, 700만 이상의 관객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는다.

일본 나가사키 남서쪽 18㎞ 지점에 있는 하시마 섬, 일명 ‘군함도’가 배경이다. 석탄의 존재가 확인된 19세기 이후, 이곳엔 대규모 탄광 시설이 들어섰다. 군함도는 특히 2차대전 당시 일본의 군수산업과 밀접히 연관돼있다. 많은 조선인들이 징용돼 열악한 조건 아래서 노동을 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1943~45년 사이 약 500~800명의 조선인이 이곳에서 노동했으며, 공식적으로만 13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 군함도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하다.

영화 <군함도>는 “실제 역사적 사실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되었음”이란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일제강점기인 1945년, 군함도엔 수많은 조선인들이 징용돼 있다.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외동딸 소희(김수안), 종로를 주름잡던 건달 칠성(소지섭), 곳곳에서 위안부 생활을 겪은 말년(이정현) 등이다. 광복군 무영(송중기)은 징용된 거물 독립운동가를 구출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한다. 전쟁이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미군의 폭격이 시작되고, 군함도 내 조선인들의 생사는 위태로워진다.

거대 예산이 투입된 탄광 세트는 지옥 같은 노동 조건을 실감나게 재현한다. 미쳐 날뛰던 제국주의는 조선인 노동자들을 고장나면 버리는 기계 부품처럼 취급했다. 곳곳에서 가스가 터지고 열기가 치솟는 좁은 갱도에 일단 밀어넣은 뒤, 할당량을 맞추길 강요했다. 탄광에 들어가지 못하는 여성은 위안소에 배치했다.

영화 <군함도>. 군함도에 징용된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외동딸 소희(김수안)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 광복군 무영(송중기)은 군함도에 징용된 거물 독립운동가를 구출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 종로를 주름잡던 깡패 칠성(소지섭)은 군함도에서 나름의 생존 방식을 터득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 군함도 내 탄광의 지옥 같은 모습.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 조선인들은 광복군 무영(송중기)을 중심으로 탈출의 의지를 다진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 전쟁 막바지 미군의 폭격과 함께 군함도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군함도>는 악한 일본인, 선한 조선인의 이분법 구도는 피한다. 노동자들을 일본인 상사보다 더 악독하게 다그쳐 알량한 지위를 지키려는 조선인 중간관리자가 있고, 이들 모두를 등쳐먹는 더 나쁜 조선인도 있다. 말년은 자신을 속여 위안부로 넘긴 조선인 이장과 악독하게 대우한 조선인 포주를 강력하게 비난한다. <군함도>에 등장하는 일본인은 모두 나쁘지만, 조선인도 일부는 나쁘다.

다만 <베테랑>에서 보여준 류승완 특유의 재기와 찰기는 찾기 어렵다. 무겁고 어두운 역사의 한자락을 소재로 한 만큼, 웃을법한 장면에서도 마음 놓고 웃을 수가 없다. 강옥과 소희 부녀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군함도>의 숨가쁜 리듬 속 유일한 위안과 휴식이지만, 그마저 마음을 온전히 놓게하진 않는다.

132분의 상영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것은 <군함도>의 장점이다. 조선인들의 대탈주가 시작되는 중·후반부에 이르러 <군함도>는 여름 성수기용 상업영화다운 모양새로 탈바꿈한다. 하늘에선 미군의 포탄이 떨어지고, 군함도 곳곳에선 크고 작은 폭행과 방화와 전투가 벌어진다. 류승완은 원경과 근경을 리듬감있게 조화시키는 대가라기보다는, 극한의 감정과 절실한 몸부림을 포착하는데 능한 장인이다. 민족을 위한 희생, 애끊는 부정(父情)을 강조하는 종반부는 영락없는 ‘한국영화’다. 그런 점에서 비슷한 시기의 ‘대탈주’를 그린 외화 <덩케르크>와 한국영화 <군함도>의 태도는 정반대다. <덩케르크>는 인물들의 사연과 감정을 배제한 ‘차가운’ 영화였지만, <군함도>는 욱일기를 절반으로 찢는 장면을 보여주거나 민족반역자를 즉석에서 처단하는 등 ‘뜨거운’ 영화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 군함도는 주변의 파도가 높고 거칠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탈출을 시도하다가 목숨을 잃었고, 개중에는 운이 좋게 나가사키까지 갔다가 그곳에서 피폭당한 사람도 있다. 류승완 감독은 시사 직후 간담회에서 “조선인들을 군함도에서 탈출시키고 싶었다”며 “이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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