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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박호산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못 만드는 것이 없는 문래동 카이스트. 그가 입에 달고 사는 욕은, 혀가 짧은 탓에 모두 둔탁한 발음으로 나오고 만다. 그 덕분에 문래동 카이스트만 나오면 절로 웃음이 번진다. 죄수자이지만, 2상 6방의 마스코트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호산(46)은 휴대전화를 들고 그의 곁에서 서성이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사진 찍어드릴까요?” 순식간에 여러 명이 그를 둘러쌌다. 연기를 한지 23년째. 대학로의 스타가 전국민이 아는 얼굴이 됐다. 반복되는 인터뷰가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오히려 “감사할 뿐이죠. 제가 언제 이렇게 인터뷰를 해보겠어요”라고 반문하며 웃었다. 대화의 절반 이상이 혀 짧은 소리로 이뤄졌다. 아직은 문래동 카이스트를 떠나 보내지 못한 박호산과의 인터뷰다. (인터뷰①에 이어)

Q. 인터뷰를 위해 만나는 배우들마다 ‘감빵생활’ 현장이 너무 행복했다고 하더라.

“정말 재미있었다. 매일 촬영장에 가고 싶었고 행복했다. 호흡도 잘 맞았고 작은 것부터 배려를 느꼈다. 다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를 가지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른 아침부터 모이면 다들 밥을 안 먹고 오지 않나. 그러면 제작진이 일부러 밥먹는 장면을 먼저 찍는다. 맛있게 먹는 척이 아니라 정말 맛있게 먹게 된다. (웃음) 또 다들 무명 생활 오래 했으니 주변에서 얼마나 기뻐하겠나. 매일 매일 커피차가 오는 현장이었다. 다들 사회생활 잘 했더라.”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박호산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Q. 카이스트는 아들에게 간 이식 수술을 해준 후 2상6방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이감되는 장면으로 극에서 퇴장했다. 이를 언제부터 알고 촬영에 임했나.

“대략적으로는 들었지만 구체적인 장면은 대본을 받고야 알았다. 13회 대본을 보는데 ‘내 이야기가 이때 풀어지는 구나’ 읽다가 ‘이감됩니다’ 대사를 보고 ‘어?’ 놀랐다. 뒤에 남은 대본이 없었다. 놀라서 제작진에 진짜냐고 물어봤는데 맞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생각해보니 가장 적절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죄수다운 결말이다. 죄수이니까 이감을 모르고 있는 것이 맞고, 고박사처럼 모두의 인사를 받으면서 나갈 수도 없는 것이다. 합당한 결말이었지만 연기하는 배우로서는 슬펐다. 그리고 방송이 나간 후에야 내게 정말 감사한 결말이라는 걸 알게 됐다. 모두와 같이 마무리되었다면 모두 중의 한 명이 됐을 텐데, 13회 이후에는 많은 시청자들이 카이스트를 생각해주고 그리워했다. ‘문래동 도다와’(돌아와) ‘원호야 그더디마’(그러지마)라는 글을 보면서 찡하고 감사했다.”

© News1 tvN 제공

Q. 보통의 드라마라면 카이스트의 이감 이후에 대해 다뤘을 텐데 ‘감빵생활’은 그렇지 않았다.

“연출부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탱크’같다. 시청자들이 꼼짝 못 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대로 밀고 나간다. 더 사랑받는 캐릭터라고 비중을 늘리거나 줄이거나 이야기 방향을 틀지 않는다. 처음부터 생각한 그대로 밀고 나간다. 해롱이의 퇴장 장면에서도 느꼈다. 해롱이가 인기가 많은 캐릭터였지만 처음 계획한 그대로 가는구나 싶어서 놀라웠다.”

Q. 해롱이 역할의 이규형 등 ‘감빵생활’에는 연극무대에서 활약한 배우들이 많았다. 서로 호흡을 맞춰 본 경험이 많아서 연기하기 수월했을 것 같다.

“그렇다. 해롱이와 티격태격하는 장면도 ‘우리끼리 놀면 된다’는 느낌이었다. 감독님이 ‘컷’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시다. 신나게 노는 거다. 애드리브는 거의 모든 배우들이 다 한 것 같다. 해롱이가 애드리브 황제고 제혁이도 그에 못지 않다. 나도 남부럽지 않다.”

Q. ‘감빵생활’ 배우 중 캐릭터와 가장 반대되는 사람은 누군가.

“나과장(박형수 분)이다. 나과장과 달리 박형수는 완전 천사다. 선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고, 수줍음도 많다. 배우들 단체 채팅방에 16명 정도가 있다. 누가 메시지를 보냈을 때 답장이 늦으면 마음 다칠까봐 늘 제일 먼저 답장하는 사람이다. 무척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나과장 역할하면서 ‘나 이제 어떻게 하냐. 욕을 많이 먹고 있다’고 걱정도 하더라. (웃음)”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박호산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Q. 밖에 나가면 반응이 뜨거울 것 같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나.

“전혀 스트레스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분들이 배우를 배려해주는 걸 느낀다. 내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기다렸다가 내가 화장실을 가거나 밖에 잠깐 나갈 때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인사하고 사진을 부탁한다. 배려심이 느껴진다. 버스를 한 번 탄 적이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지으신다. ‘잘 보고 있어요’ ‘화이팅이에요’ 외쳐주신다. 그런 게 너무 큰 감동이다. 이 드라마를 하면서 내가 더욱 큰 감동을 받고 있다.”

Q. 23년동안 연기생활을 했다. 그동안 한 작품이 수 없이 많은데 한편으로는 단 하나의 작품으로 ‘뜬’ 것이 허무하거나 야속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허망한 마음? 개인 차이일 것 같다. 나는 감사할 뿐이다. ‘범죄도시’에 나온 진선규와 친하다. 선규가 (청룡영화상) 상을 받는 걸 보는데 ‘잘 됐다’는 생각 밖에 안 했다. 선규가 우는 것이 (늦게 빛 본 것이) 허망한 마음이어서 그랬을까.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왔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내가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 생각하면서 살다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으니 기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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