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연기력과 타고난 매력으로 아무리 작은 배역을 맡아도 눈에 띄는 배우가 있다. 지난 30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함안댁을 연기한 배우 이정은(48)이 그렇다. 같은 시기 방영된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에도 등장해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 그를 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암울한 구한말 시대를 그린 <미스터 션샤인>에서 맛깔나는 함안댁 연기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덕에 이정은은 함안댁에 ‘러블리(사랑스러움

)’를 더한 ‘함블리’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 “마음에 든다. 귀여운 느낌이 있다. 아예 이름을 이걸로 바꿀까 싶다”고 말했다.

함안댁이 고애신(김태리)의 품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은 보는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정은은 “4일 동안 촬영한 끝에 완성된 장면”이라며 “나도 많이 울었다. 덤덤하게 (세상을) 떠나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눈물이 많이 나서 NG를 많이 냈다. 가기가 싫어서 그랬을까”라며 회상했다.

이정은은 배역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였다. 경남 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선생님까지 두고 공부했고, 배역을 이해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다시 태어나도 우리>를 보며 연구했다. 그는 “아이가 잘 자라도록 부모를, 스승을 대신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아는 와이프>에서 주인공 서우진(한지민)의 치매 걸린 엄마 역을 맡기도 했다. 그는 “단순히 엄마의 느낌이라기 보단 치매 환자라는 역할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며 “보통 치매라고 하면 우울하고 근접할 수 없다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치매 환자의 일상을 무겁지 않게 그리고 싶었다. 치매 인구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데, 사회적으로도 드라마가 (인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자신을 “빈틈이 많은 사람”이라 칭했다. 그는 “역할을 할 때 꽉꽉 채워주는 역할이 있고, 헐렁한데 정이 가는 역할이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 일반인 같은 빈틈, 그 친근함 때문에 많이들 찾아주시고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어머니, 장모님 역할 단골 배우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내가 작품을 할 때마다 얻는 것은 진짜 가족을 얻는 거다”라며 “(미혼이라)엄마로서 아이를 키워본적이 없으니 부족하다. 그 배우와 함께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것을 꾸준히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TV를 보면 내 모습에서 우리 엄마가 겹쳐보일 때가 있다”며 웃었다.

1991년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데뷔해 30년 가까이 무대, 스크린, 안방극장을 오가며 내공을 쌓은 배우 이정은의 활약은 거침이 없다. 현재는 영화 <카트>를 연출한 부지영 감독과 통일에 관한 중편 영화를 찍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50대 근로자 역할”이라며 “나이보다 높은 연령대의 역할을 해오다 보니 내 나이대의 고민을 하지 못했다. 내 나이와 비슷한, 실제로 내게 당면할지 모르는 문제를 안고 있는 역을 맡게 되니 참 재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좋은 영향력을 주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정치가나 사회지도층도 아니지만 큰 의미로 인류를 위해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이와 노인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들에 관심이 많다. 고령화시대이고 나 역시 똑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연기자다. 나의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발휘돼서 현실 문제를 경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하는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게 배우가 가질 수 있는 초능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