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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이다. 아마 시리즈를 끝까지 보시면 이 문장이 떠오르실 것 같다."

7일 오후 진행된 비대면 화상 인터뷰에서 이재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우리가 두려워 해야 할 것은 좀비가 아니라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조금 더 나은 사회, 조금 더 나은 시스템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사람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가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과의 에피소드

이재규 감독이 연출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연재된 인기의 동명 웹툰을 각색한 작품으로, 공개 이후 넷플릭스 TV쇼 부문 스트리밍 차트 1위에 오르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 열풍 이후 두 번째다. 이재규 감독은 "어쩌면 한번쯤은 전 세계 1등을 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은 있었다.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다"면서도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과 아주 친한 친구"라며 공개 이전의 짧은 에피소드를 전했다.

"(<오징어 게임> 흥행 당시) 황동혁 감독에게 전화해서 '축하하고 정말 기쁘다'고 하면서도 '내년에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될 텐데 <오징어 게임>이 너무 잘 돼서 부담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황 감독이 '부담될 게 뭐 있냐, 고마워해라. 내가 그래도 문을 열어줬지 않냐. 너는 이제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하더라. 그땐 잘 와닿지 않았는데 이젠 알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이 한국 콘텐츠에도 저에게도 큰 문을 열어줬다고 생각한다. 좋은 반응과 차트 1위에 너무 신나고 얼떨떨 하다."

총 12부작으로 러닝타임이 약 12시간에 달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8부작의 <오징어 게임>, 6부작의 < D.P. > 등 그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시리즈들에 비하면 다소 긴 호흡의 작품이다. 이재규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처음에는 TV 드라마로 편성될지, OTT로 갈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처음에 영상화를 기획할 때부터 어느 정도의 길이가 가장 적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 10부로 끝냈을 때,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11부냐, 12부냐를 두고 천성일 작가와 논의를 거쳤고 12개의 에피소드가 필요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 에피소드를 60분으로 만들까, 40분 정도로 짧게 자를까도 고민했다. 당시엔 TV 편성이 될지, OTT로 갈지 확정되지 않았다. 40분 정도로 구성해놓고 20분을 늘리는 것보다는 12개의 이야기에 맞는 짜임새를 구성해서 나중에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특히 초반 회차들은 60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을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훨씬 더 깊고 울림 있게 다가설 수 있게 됐다고 본다."

4층 규모의 고등학교 세트를 직접 제작해 촬영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급식실, 교실 복도, 운동장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좀비와 학생들이 뒤엉키는 장면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역동적인 액션 신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자부심을 드러낸 이재규 감독은 "가장 많은 연습과 계획과 훈련이 필요했던 건 급식실 장면"이라고 꼽았다.

"좀비가 갑자기 들이닥치는 상황을 바로 옆에서 목도하는 듯한 연출을 하려고 했다. 시청자도 같이 그 상황을 경험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롱테이크로 촬영을 했다. 물론 테크니컬 하게 이어 붙이긴 했지만 거의 원테이크 신이다. 그런 장면을 만들기 위해 수십 명의 배우들, 200명에 가까운 스태프들이 함께 연습하고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들이 필요했다. 실제 소품들이 아닌 박스나 안전한 것들을 놓고 테스트 촬영을 하면서 동선을 잡고, 배우들이 와서 의상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리허설을 하고, 다시 의상 입고 소품들도 갖다놓고 연습하는 등 여러 번의 리허설을 거쳐서 완성하게 됐다. 다같이 애쓴 장면이어서 그런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러나 학교가 배경이고 학생들이 주인공인 <지금 우리 학교는>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정작 학생들은 볼 수 없다. 좀비 소재인 데다, 학교폭력을 주제로 하고 있는 만큼 잔인한 장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원작 웹툰을 집필한 주동근 작가 역시 각색 과정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정도의 수위를 원했단다.

이 감독은 "대부분 천성일 작가와 얘기를 많이 나눴지만 주동근 작가와도 여러 차례 만나면서 논의를 했다. 주 작가님이 원하셨던 것 중에 하나가 '좀비물다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하게 잔인한 걸 원하셨다기 보단, 원작이 갖고있는 함의를 표현하기 위해선 일정 정도 이상 수위가 필요했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메인 예고 편이 나갔을 때도, 본편이 공개됐을 때도 장문의 메시지로 응원해주셔서 기쁘고 행복했고 저희도 큰 용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 쏟아진 비판들

그러나 좀비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 배경인 학교폭력을 적나라하게 재현하면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적지 않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가해자 남학생들이 피해자 여학생의 성 착취 동영상을 찍는 장면, 피해 학생을 코인 빨래방 세탁기에 집어넣고 돌리려는 장면, 학생이 화장실에서 출산하는 장면 등이 특히 선정적으로 연출됐다는 지적이었다. 이 중 일부는 원작에도 없었던, 드라마의 오리지널 장면이라는 점에서 꼭 전개상 필요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재규 감독은 작품의 메시지를 위해 꼭 필요했다고 강변했다.

"실제 학교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많은 취재 끝에 나온 장면들이고, 이런 폭력이 어떤 상황을 만드는지 이야기 하려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사회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더 증폭되고 나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어리다고 하고, 어른들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들 하지 않나. 그러나 아이들과 어른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극에서 보셨다시피, 책임지지 않는 어른들도 많다. 책임지지 않는 조직, 국가 그리고 버려진 아이들을 대비시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게 어른스러운 것인가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었으면 했다."

극중에서 학교폭력, 성폭력의 피해자였던 민은지(오혜수 분)는 좀비에게 물려도 죽지 않는 사람이 되고나서 오히려 사람들을 물어뜯고 학교에 불을 지르는 악인으로 변모한다. 이 장면에 가해진 비판에 대해서도 이 감독은 "그 친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생각해 달라"고 해명했다.

"피해자가 시원하게 복수한 이야기도 좋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지점에서는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피해자가 겪고 있는 고통을 관객이 느끼게 만들고, 그 고통으로 인해 그들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그런 걸 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줘선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려고 했다. 불행한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 장면에 노출됨으로써 우리가 얻게 되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은지가 옥상에 올라가서 죽으려고 하고, 죽음을 감수하고라도 사진을 없애려고 하는 과정.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이 아이가 그런 선택을 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 위해선 그런 설정이 필요했다."

이어 이재규 감독은 흥행에도 불구하고 비판이 계속해서 쏟아지는 지점에 대해 "2년 동안 스태프 배우들과 진심을 갖고 만든 작품이다. 조금 아쉽거나 마음에 안 드는 지점이 있더라도, 작품을 잘 바라보시면 (제작진이) 어떤 생각을 했고 고민을 했구나, 어떤 노력으로 만들었구나라는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생존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 감독은 "모든 원인은 인간에게 있지만 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희망도 인간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극 중에서는 살기 위해 사람들이 싸우는데 현실의 우리도 경쟁 사회에서 버티기 위해 싸우지 않나. 생존보다 중요한 게 있는지, 그게 무엇인지 고민해 달라. 그게 우리의 기획의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만큼, 시즌2를 궁금해 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재규 감독은 "아직 공식적으로는 계획이 없다"면서도 "처음 이야기를 구성할 때부터 확장성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고 시즌2에 대한 힌트를 전했다.

"극 중에서 물리면 감염되는 좀비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돌연변이들이 있지 않나. 남라(조이현 분)같은 면역자 그룹도 있고 귀남(유인수 분), 민지 등 살아있는 좀비 그룹, 다수를 차지하는 인간 그룹 사이의 대립을 통해 이야기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과 다른 좀비 그룹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재밌을 것 같다. 시즌1이 인간들의 생존기였다면 시즌2이 좀비들의 생존기가 되지 않을까. 이야기가 더 확장된다면 대전제에 관한 시즌 3번째 이야기도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다음 시즌이) 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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