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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가 개봉되면 큰 공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잘 감당해야겠구나'라는 결심을 하며 촬영에 임했어요."

한재림 감독의 신작 '더 킹'(The King), 단연 2017년 상반기 문제작(問題作)으로 꼽히는 영화다.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예고했다. 지금이야 어수선한 시국으로 인해 촌철살인 풍자가 각광받고 있지만 제작 당시만 하더라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작에서 악역을 자처한 이가 있다. 바로 배우 정우성. 그는 '더 킹'에서 한강식 역할을 맡았다.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다.

한강식은 권력자들의 빛과 어둠을 상징하는 인물.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권력 그 너머의 어두운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정우성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이 캐릭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다. 자신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신경 쓰지 마세요. 그들이 만든 것이지 우리는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 하면 됩니다"라고 굳은 신념과 소신을 드러냈던 그 아닌가.

늘 그래왔듯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충실했다. 특히나 이번 작품에선 밑바닥까지 망가짐을 불사했다. 오롯이 권력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더 킹'이 시국을 이용한 마케팅이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운 이유도 이 같은 정우성의 연기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열정 덕분.

그는 "한강식 캐릭터를 통해 배우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라며 "마지막엔 처절하게 무너져 우스운 사람으로 만들려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정우성은 "권력 시스템 뒤에 숨어 우아함을 유지하고 그 이면에 비도덕적인 면이 국민에겐 얼마나 폭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는지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의미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촬영을 마쳤을 때는 시국이 지금 같지 않았다. 캐스팅 당시 권력 조직에 대한 풍자, 해학한 점이 용기 있는 시도라고 생각했었다. 그 용기 있는 작업을 선택한 한재림 감독과 배우들에게 애정을 느꼈다"라며 "개봉되면 큰 공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래서 잘 감당해야지 하는 결심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시국이 됐다. 그 전에는 묵인할 수밖에 없는 비리들을 영화라는 힘을 통해 법의 집행에 대해 끊임 없이 관심을 갖게 하고 관객과 공감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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